2009년 5월 21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 할머니의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 측을 상대로 낸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이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인 '존엄사'가 합법화될 길이 열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사실 안락사, 존엄사에 관한 논의는 지속되어 왔다. 외국에서는 이에 대해 이미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실제로 안락사나 존엄사가 시행되는 나라도 여럿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70년대부터 안락사를 시행해 왔고, 이를 합법화시킨 대표적인 나라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동안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잠시 제기된 적이 있긴 하지만 공개적인 논의는 굉장히 미약했다. 그러다가 이번 소송과 판결을 계기로 의료계와 종교계, 법조계 등 곳곳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에서 합의된 내용은 소극적 안락사라 할 수 있는 '존엄사'이다. 즉 말기환자에 한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은 허용하되, 안락사나 약물처방과 같이 인위적으로 사망시점을 앞당기는 '의사조력자살'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브란스 병원의 김모 할머니처럼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인간을 '말기환자'에 넣을지에 대해서는 합의에 실패하여 이에 대한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문제이기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사회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주제이다. 또한 정치색을 떠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이기 때문에 지표의 기준이 될만한 이슈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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