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학개론 수업시간에 ‘인류 최초의 언론인은 노예였다.’는 가설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고대 로마시대 넓은 영토 내에서 정보전달의 목적으로 신체건강하고 똑똑한 노예를 이용한 것을 언론인의 기원으로 본다는 가설이다. 학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농담으로 신문방송학과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과거의 인기직종과 현재의 인기직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이를 기자가 노예에서 비롯되었다고 폄하하는 가설로 단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사이비 정보가 범람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의 언론(Journalism을 언론으로 사용)의 의미와 언론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겸양과 정직한 전달자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발점으로 삼아보았다.

21C 인터넷이 발달하기 이전까지 사회 소통 방식은 Top-Down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문자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층끼리 정보를 독점적으로 소유했다. 그러나 이후 산업화에 따른 도시의 발달, 인구 밀집을 통해 가능해진 대규모 공교육은 가독 인구 비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이는 곧 매스미디어의 발달 토대가 되었다.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에 이르기까지 매스미디어는 점차 발달해갔다. 그러나 매스미디어라는 제한적 소통도구는 전문 언론인이라는 소수 집단에 의해 통제되었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에 국한되었다. 정보는 전문 언론인에 의해 조율되고 국민들에게 전파되었다. 즉, 이전까지의 언론이란 최소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 또는 전 세계적 규모의 일중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를 일 방향 적으로 전달하거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 또는 이를 통한 사회 전복을 위한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하는 목적으로 작동했다고 생각한다.

언론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기존의 언론이라는 것의 실질적 작성 및 전달을 담당하는 전문 언론인에 대한 언급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기존 언론의 바람직한 모습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언론인은 자신이 커다란 세계 속에 존재하는 일부분이며 정보가 흘러가는 길의 중간에서 그 흐름을 관리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 할 뿐임을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우월시하거나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즉, 언론인이란 story teller로서 사건의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상황을 종합적인 맥락에서 전달하여 국민이 올바른 사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인이 개인 및 특정 집단의 영달을 위한 편파보도를 할 때, 자신의 뺨에 ‘奴’자를 새기고 (앞서 이야기 했던 언론인의 기원에서 소개되었던 것과 같이) 노비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의 자유를 위해 바른 목소리를 낼 때, 언론인은 민주주의와 민중의 수호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초 언론인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하던 시대나 기존의 언론이 잘 작동하던 시대를 지나 현대의 시기에 이르는 동안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개념과 역할 역시 변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을 통해 형성된 21C의 사회는 사회 소통구조, 사회 소통방식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초기 인터넷 시대를 지나 현재의 Micro blogging 및 SNS의 시대에 이르면서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이전의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 적 커뮤니케이션, 일(一)대일 혹은 일대다(多)를 벗어난 다대다의 커뮤니케이션, 정보의 공유, 특히 실시간 정보 공유가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크게 세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로 시간과 공간, 채널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졌다. 지구상 어디에 있는 사람이라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각 지방, 세계 곳곳의 이야기를 신문, TV등의 매스미디어를 통하지 않고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곧 ‘온라인 저널리즘과 1인 미디어’의 시대를 열었다.

둘째로 정보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각종 문서 및 음악, 영상 파일들은 원본의 의미를 상실한 채 무제한 복제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무한한 가상공간에 정보를 올리고 또 동시에 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곧 양질의 정보 뿐 아니라 저급한, 쓰레기 정보의 양도 증가시켜 개개인이 정보의 검색 및 취사선택이라는 능력을 키울 필요성을 증가시켰다.

셋째로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은 자신과 같은 생각,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같은 기호를 가진 사람들끼리 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 하버마스가 주장했던 공론장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서 집단의 정체성이 매우 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굳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하거나 다른 의견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고 들을 필요도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이는 집단 양극화를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 특히 대한민국에서 'traffic'이 가장 높은 사이트는 네이버이고 그 다음이 다움이다. 그리고 두 사이트는 모두 포털 사이트라는 형태적 특징을 띄고 있다.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기존의 인터넷에서 보여주던 자유로운 정보 수집 및 취합에서 회귀하여 네이버라는 혹은 다움이라는 사이트에서 선별한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드리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신문의 구독률은 점차 줄어가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의 여론을 좌지우지하던 조·중·동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위기를 언급하고 새로운 온라인 미디어 및 1인 미디어의 발달에 대해 이야기한다. 형식적으로는 신문을 탈피한 온라인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으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람들은 사회 전반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이슈인지를 가늠하는 척도를 아직 정립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할까? 언론이란 국민의 알권리를 국민을 대신하여 실현하는 활동이다. 또한 언론은 개개인의 수준에서는 알기 어려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객관적 분석 및 의견 개진을 통해 권력에 의해 국민의 권리가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대의 언론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양방향 적 소통도구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알고자 하는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유 등 개인 혹은 단체의 영달을 위해 언론 본래의 의미를 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이것이 언론활동과 홍보활동의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많은 사람들이 ‘언론의 위기’를 말한다. 웹2.0 시대의 뉴미디어 및 각종 SNS의 등장과 함께 성장한 온라인 저널리즘과 1인 미디어로 인해 기존의 전통 언론사의 입지가 좁아져 가는데 기인한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넘쳐나는 사이비 언론들 속에서 오히려 진정한 언론은 그 빛을 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나 쓸 수 있는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기사가 아니라, 균형 있고 깊이 있는, 국민들이 미처 보지 못한 측면의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혼란스럽게 돌아가는 세상 속 국민들이 세상을 보다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나는 이 길이야 말로 언론이 나아갈 길이며, 언론의 위기를 해쳐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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