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삼입니다.
오늘도 저는 빌링슬리관 3층입니다. 이제는 안락하고 마음 편한 공간이 되어버린 빌링슬리관에서 밀린 일기를 쓰는 초등학생의 기분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고도 개인적인 '행복한 미래를 위한 준비(?)'라던가, 워낙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차례 포스팅이 늦어졌네요. 하지만! 늦었더라도 영양가 넘치는 포스팅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
우리가 지표를 통해 사이트를 평가하는 데 있어 하나의 눈금자가 되어줄 이슈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슈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깊은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루며, 그 안에서 생산적인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또 새롭고도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는 그 사이트가 얼마나 의미있는 대화를 가능케하는 장으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충분히 될 수 있지요. 때문에 저는 하나의 이슈가 될 주제를 제안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이슈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와 대안 제시'입니다.
많은 토론 사이트에서의 정치게시판들이 대부분 한국 사회를 다룹니다. 한국 사회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으로 크게 분류될 수 있지요. 경제나 문화에 대한 논의는 때로 첨예한 주제가 등장할 때 어떤 정치 영역보다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D-war)'에 대한 논의로 모든 온라인 공간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때가 있었지요. 미네르바의 활동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논의 또한 가열찼지요. 작지 않은 상처를 남긴 그 열기는 수많은 경제논객들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경제나 문화의 영역보다 정치와 사회의 영역을 더 관심있게 들여다봅니다. 경제와 문화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아우를 수 있는, 우리 한국 사회의 가장 크고 뜨거운 용광로 같은 영역이 정치와 사회의 영역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동시에 저는 뜨거운 토론의 연료가 될 '공공의 분노(public anger)'가 표출되기 가장 쉬운 영역이 정치와 사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와 대안 제시'는 미시적인 토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인터넷 공간에서 미시적인 토론은 지금 이 순간에서조차 이뤄지고 있지요. 오늘도 수많은 포털의 짧은 정치 및 사회 기사의 댓글로 토론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시적이고 일시적인 토론은 그 토론이 생산해낼 수 있는 컨텐츠의 질이나 새로운 대안의 제시에 있어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토론이 의미있게 진행되는 공간에서의 정치 및 사회 영역에 대한 토론은 결국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와 대안 제시'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이슈를 다루고 풀어내는 과정을 관찰하면 경제 및 문화 영역을 비롯한 모든 토론의 영역에 있어 가장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토론을 평가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미있는 지표기준으로서의 이슈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던 저는 버릇처럼 책과 신문을 뒤적이던 중, 노란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최장집 교수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02)' 입니다. 저에게 이 책은 고등학교 3학년때 수능을 마치고 면접과 논술 준비를 하면서 처음으로 접했던 사회과학 서적이었고, 아직도 가끔 혹은 자주 길을 잃는 저에게 하나의 표지가 되어주는 고마운 길잡이입니다. 처음 만난 그 때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책이 저에게 이처럼 큰 빛으로 느껴지는 것은 무엇보다 제가 부족한 까닭이겠지요. 하지만 왠지 우리나라가, 한국 사회가 아직 어딘가 많이 부족해서이기도 하다는 점이 들어 기분이 이상합니다. 최장집 교수님이 이 책의 서두에 남긴 글을 인용하며 이 포스팅을 마칩니다.
"나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나빠졌다고 본다. 계급간 불평등구조는 훨씬 빠른 속도로 심화되어 왔으며, 과거 교육과 근면을 통해 가능했던 사회이동의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 어느 덧 서울의 강남을 중심으로 상층 계급 문화가 발전하고 소득과 교육의 기회가 점차 정비례하는 현실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오늘의 한국 현실만큼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는 것도 없다. 잘 알다시피 민주주의를 수립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의 투쟁과 희생이 있었다. 그러한 투쟁과 희생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범국민적'이라 부를 만큼 감동적인 대규모 시민참여의 민주화운동이 가능했고 이를 통해 권위주의 통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이제 민주주의를 사회적으로 안착시키고 내용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단계에서 우리는 그 이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 민주주의는 더 이상 사람들의 기대와 열정을 만들어 내는 단어가 아니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사람들조차 한국민주주의의 현 상황에 대해 무관심하고 냉담하며 비판적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민주주의를 통해 기대했던 것과 한국민주주의가 실제로 가져온 결과 사이의 격차가만들어 낸 실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02)>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에서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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