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CCL 칼럼

[영화] Julie & Julia -책과 블로그, 미디어 소비의 변화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10. 13. 03:26



얼마 전 유튜브에서 태아가 태동하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면서 인터넷의 성장이 태아가 생명체로 존재해 가는 과정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세포와도 같은 하나의 노드들은 수많은 연결을 통해 하나의 조직을 형성하게 되고 마치 몸 안의 장기들처럼 각각의 기능을 갖추게 된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각 기능이 제 역할을 할 때 호흡을 하고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단순한 데이터나 사이트가 공유되었다면 이제는 생명을 가진 web이라는 커다란 환경과 서로 나누고(share) 교환(exchange or trade)하면서 협업(collaborate)하게 된다. 책과 블로그라는 매체를 물리적인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 보다 매체가 속했던 미디어 환경을, 소비 행태를 비교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과 블로그의 핵심 컨텐츠의 일관성과 검색

 

책은 핵심이 되는 컨텐츠가 일관적이다. 책이 출판되는 이유가 정보의 응집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일관성이란 주제일 수도 있고 형식일 수도 있다. 일관성이 중요한 이유는 검색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책이 가진 핵심 컨텐츠가 산발적일 때 그 책은 검색되어질 수 없다.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 채널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책들은 기본적으로 컨텐츠의 일관성을 위해 선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으며 이 구조를 통해 검색되어 읽혀졌다.

하지만 블로그는 각 포스팅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영화에서 줄리가 만든 블로그는 ‘요리’라는 일관된 주제를 가졌지만 정보를 응집해야 하거나 순차적으로 정렬해야하는 부담에서는 크게 벗어나게 된다. 전체 블로그가 하나의 주제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주제에 벗어나는 포스팅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편집자의 간섭도 없다. 검색은 블로그 단위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포스팅 단위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컨텐츠의 독립성이 검색의 단위를 컨텐츠 개별 단위로 좁히게 된 것이다.

 

컨텐츠 생산자의 전문성과 생산의 전제조건

 

영화에서 책의 저자인 줄리아와 블로그 저자인 줄리는 같은 소재에 대한 같은 애정을 가졌지만 전문성의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줄리아가 당시 미디어를 생산할 수 있는 전문적인(professional) 사람이었다고 한다면 줄리는 자신의 직업이 전혀 요리와는 무관한 사람이었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필연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시민의 개념이 모두가 아니라 여자 노예 등 필연적인 삶의 영역이 해소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아니었듯이 이전까지만 해도 그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은 직업 종사자가 아니면 적어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어야 했다. 하나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전제되어야만 콘텐츠가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줄리아도 노동을 해야 하는 계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고립없이 8년동안 출판일에 참여할 수 있었다. 반변 줄리는 노동을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컨텐츠를 생산하여 공론장안에 구성원(Player)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즉, 매체가 변해오면서 공론장으로의 접근이 점점 쉬워지고 있는 것이다. 생산의 전제 조건이 사라졌다.

 

출판을 하는 과정 : public을 향한 Publish 과정의 변화

 

영화 속에서 줄리아가 출판을 하기 위해 출판사를 찾아 헤매는 과정이 무척이나 어렵게 묘사되어 있다. 저작권 문제도 어려웠고 출판하겠다는 곳이 없어서 책이 쓰여지지 못하고 8년여라는 시간이 소모된다. 하지만 줄리는 작성하기로 마음 먹은 후 5분 안에 자신만의 출판 게이트(publishing gate)를 가지게 되었다. 출판은 사적인 컨텐츠가 공적인 성격(Publicity)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생산·마케팅·판매·유통·서비스‘라는 Value chain 과정의 축소 때문이다. 특히 마케팅과 판매의 단계에서 과정이 축소되었다. 블로그는 value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생산에서부터 유통을 한꺼번에 담당한다. 책처럼 출판사라는 중간 참여자가 사라지는 media bypass 현상이 발생했다.

소비와 소비 결과의 소비

책은 출판되고 다면 독자들의 피드백이 바로 그 출판된 책(컨텐츠)에 반영될 수 없고 다시 재판을 하거나 두 번째 책이 시리즈로 출간되었을 때 반영된다. 하지만 블로그는 그 피드백이 컨텐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시간 간격도 짧다. 줄리가 편집장이 집으로 오기로 한날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포스팅을 해나갔던 것과 랍스터 요리 방법을 댓글로부터 도움을 받아 진행하고 포스팅에 반영했던 것이 구체적인 사례다. 사람들은 소비 결과를 통해 보완된 컨텐츠를 다시 소비하고 또 그 결과를 소비한다.

 

미디어는 변화하고 있고 소비의 방식도 변화했다. 하지만 책이 블로그로 완전히 대체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크게 해석하면 책으로 대표되면 전통적인 미디어가 네트워크 기반의 뉴 미디어에 의해 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줄리가 줄리아의 책을 바탕으로 블로그를 작성하고 다시 책을 출판했던 것처럼 접점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할 것이다.